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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 코딩으로 키보드 힐링공간 기획중입니다

훈련병 뒤집기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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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6.01.22 09:57
댓글 4 조회 227 추천 6 신고 0

4bc63d15-87fc-43e0-9122-dad931544a4b.jpg 요즘 유행하는 바이브코딩으로 제가 평소에 꿈꾸던 공간을 직접 구현 해보려고 합니다. 커서나 클로드 사용하는건  아니지만 제가 생각하는 계획을 바탕으로 LLM이 짜준 가이드를 써서 언리얼 블루프린트로 만들어 보고 있습니다.


대략 2년전에 머리속에 떠올라서 스테이블 디퓨전으로 생성해둔 컨셉인데 이런 경치 좋은 방에서 기계식 키보드의 도각도각한 소리를 들으며 타자를 치며 힐링하는 류의 게임이 있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 했었습니다. 당시에는 이런 여러가지 일이 겹쳐서 바쁘기도 했고 기술적 능력도 부족해서 게임 디자인 문서만 만들고 조금 건드려만 보다가 그냥 구석에 던져 놨었는데 최근에 와서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게임 개발 과정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하면서 경험도 쌓았고 다니던 직장과 계약이 끝나는 바람에 할게 필요하기도 하구요. 뭐 겸사 겸사 해고 당한 김에 게임이나 만드려구요.... 우냐구요? 아니요 눈에 뭐가 좀 들어가서...


cd09ef6f-76c4-4878-9daa-17383b8ae329.png사실 저는 이쪽 세계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키보드는 그냥 글자만 쓸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순수한 영혼이었죠. 그런데 2년 전 쯤에 원래 쓰던 로지텍 키보드가 사춘기가 왔는지 자꾸 반항을 하더라구요, 키 몇 개가 먹통이 됐다 말았다 하면서 작업 할 때마다 혈압이 오르고 손가락 관절도 왠지 아파지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고, 거기다가 갑자기 책 원고를 써야 하는 상황까지 생겨서 키보드를 바꿔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순수한 영혼 답게  그냥 일반적인 멤브레인 게이밍 키보드 같은 걸로 바꾸려고 했죠. 그런데 왜 이놈의 구글 알고리즘은 끝이 없는지, 찾는 족족 기계식에 커스텀 키보드 이야기 뿐 이더군요. 기계식이 뭐길래 이렇게 유난인가 싶었습니다. 기계식 키보드가 뭔데? 어? 그게 그렇게 좋은건가? 라는 의문을 가졌으면 안되었는데.... 저는 그만 그 강을 건너고 말았습니다. 


분명 그냥 교체 키보드 하나 사고 끝날 일이었는데 바디는 뭐고 스테블라이저는 뭐고 윤활은 왜 하고 테이프는 왜 붙이고 이게 뭔가요 저게 뭔가요 스위치는 왜 이렇게 종류가 많죠, 키캡은 플라스틱 쪼가리 주제에 왜 비싼건가요? 흠 이쁘긴 하네. 이런식으로 파멸의 흐름을 타다가 정신차려보니 키보드 부품에 몇 십만원씩 지르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오 싸네! 오 이건 비싸니까 더 좋은가? 하면서 이 부품 저 부품 담다 보니 통장 잔고 가벼워지는 속도가 제 타자 속도보다 빠르더군요. 


32a99ade-ebeb-450b-b303-3393f1e6f9e1.jpg조립 연습 해보려고 산 알리발 저가형 키보드 입니다. 나름 만족하면서 썼는데 AA 배터리를 쓰는 놈이라 실 사용에서는 좀 많이 불편했습니다.


와이프가 통장내역 보고 뭘 그렇게 샀냐고 따져 묻길래 이실직고를 하고 등짝 스매싱각이구나 생각하고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그런데 왠걸 와이프도 유튜브 한참 찾아보더니 마음에 드는걸로 질러버렸습니다. 아니 님은 노트북 쓰잖아요..... 키보드 필요 없잖아요를 소심하게 찌끄려 보았지만 키보드 놓고 쓸거야 라는 대답이 메아리처럼 돌아왔습니다.


c87d6f8a-99ad-4597-98ba-913928f8b0a0.jpg 책상서랍 두칸이나 차지하고 있는 키보드 관련 물품들


그래서 그 후에 쌍으로 배달받고 윤활하고 조립하고 등등 뭐 이야기가 많지만 이미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중요한건 몇달 후에 부품 다 배달 받고 조립도 무사히 마치니까 타자를 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더군요. 하필 책 원고 작업을 키보드 빌드 완성하기 전에 끝내버려서 타자를 두두다다 칠 마땅한 명분이 없었습니다. 어렸을 때 어디 친척집에 놀러갔는데 타자기 있는 것 보이면 쓸것도 없는데 괜히 써보고 싶은 그런 마음 있잖습니까? 요즘은 타자기는 박물관에서나 보신 분들이 더 많으시려나요  


그래서 멍키타입스, 타이프워크스 같은 타자 연습 웹사이트 찾아서 어렸을때 한컴타자, 베네치아 하는 마음으로 타이핑을 도각도각 두두두 해보곤 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약간 2프로 부족한? 분명 키보드가 너무 좋긴 한데, 뭔가 경치 좋은 곳에서 좋은 음악을 틀어놓고 타자를 치고 싶은 기분이랄까 그런 상상을 자꾸 하게 되었습니다. 왜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면  땀 뻘뻘 흘리면서 등산해서 산 정상에서 먹으면 정말 맛있겠다는 그런 상상하잖아요. 네? 멍멍이소리 하지 말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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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말인데 저처럼 기계식 키보드 소리와 타건감에 오염되신 분들이 잠시 힐링 때리면서 음악도 틀고, 이쁜 경치를 배경으로 타건 할 수 있는 이런 디지털 안식처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뭔가 일을 해야 해서 쓰는 키보드가 아니라 고귀한 키보드를 소중하고 온전하게 즐길 수 있는 뭔가 그런 의식의 시간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지난 삼년 동안 언리얼엔진으로 게임 배경 만들던 경험을 살려서 말이죠. 웹에 각종 키보드 시뮬레이터도 몇가지 있고, 타자 연습 웹사이트, 심지어 한컴타자도 아직 있더라구요. 이걸 보면 수요가 분명히 있긴 한데 제가 생각하는 컨셉의 게임은 아직 없는 것 같아서요. 


사실 이게 게임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디지털 요양원 같은 컨셉인것 같기도 합니다. 큰 유리창밖으로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시원한 숲, 또는 햇빛이 따스하게 내리 쬐는 호숫가, 아니면 눈부신 설산 같은 경관이 펼쳐져 있는데 아늑한 서재의 길쭉한 나무 책상 위에 기계식 키보드가 놓여져 있는거죠. 스토리를 따라 타이핑을 열심히 하다 보면 날씨가 바뀌기도 하고 날이 저물기도 해서 그날은 좀 쉬었다가 다시 오고, 다시 또 스토리 따라 타자를 치다 보면 앞에 펼쳐진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알아가게 되기도 하는 대충 그런 그림을 그려보고 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그 비싼 돈 들여서 키보드 사고 몇날 며칠 앉아서 윤활유 발라가며 도각도각 소리 만드는 이유가 뭡니까? 결국 그 소리랑 손맛 보려는 거잖아요. 그런데 회사에서 눈치 보며 보고서 치고 있으면 그게 힐링입니까? 그냥 노동이지요. 그래서 저는 노동이 아닌 놀이로서의 타이핑 경험을 만들고 싶습니다.


cfa0123e-b753-4b05-ac94-bf13365b0270.jpg 어렸을 때 보던 것이라 익숙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키캡은 한/영 이 이쁜 것 같아요. 


아까 컵라면 이야기했었지만. 똑같은 라면이라도 산 정상에서 시원한 바람 맞으며, 또는 물놀이 하고 나서 덜덜 떨면서 먹는 라면이 더 맛있는 법입니다. 키보드랑 라면이랑 자꾸 비교하지 말라구요?


a7c9ba18-727a-4d3b-a06d-68a21e8f9ef0.jpg지금 쓰고 있는 QK80 테스트로 소리 녹음 해보고 있습니다. 


물론 이게 정말 소수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취미라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같이 게임 만들면서 알게 된 사람들도 대부분 읭 키보드가 뭐 어쨌다고? 이런 반응이어서 긴가민가 하기도 하고.  최근에 빠이빠이 했던 게임 스튜디오 사장 중에 한 분도 게임 디자인 다큐먼트 한번 흟어 보더니 응 신기하네, 이런 세계가 있어? 잘해봐 이런 반응이셨고요.  다른 사장님은 제 덕분에 기계식에 오염되셔서 그분 만큼은 열렬하게 지지해주시고 있습니다. 


기술적인 테스트 할겸 해서 키보드 소리 녹음해서 엔진에 키 하나 작동하는 것 부터 해봤습니다. 게임개발은 정말 알아갈수록 어렵네요. 이렇게 심플한(?) 게임 만드려고 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할게 정말 많습니다. 첫 테스트부터 엔진 레이턴시 관련해서 풀어야 할 문제가 생깁니다. 일단은 개발 과정도 어디다가 올려야 할 것 같아 소셜 계정도 새로 팠습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e4xehf3P0Wc?feature=share


이거 뭔가 뚝심 있게 해봐도 될 프로젝트인지, 그냥 스위치 윤활이나 하러 가야할지 솔직히 스스로는 확신이 안서서 글 한번 올려봅니다. 느즈막한 1월이지만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댓글 (8)

소장
전전두엽 26.01.22 10:22

멋진 아이디어네요.. 👍👍👍

답글 이등병
뒤집기교주
뒤집기교주닉네임으로 검색
26.01.22 11:06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상사
티겟 26.01.22 11:36

전 무소음을 선호하지만 키보드 매니아가 많은 걸 보면 수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점점 버티컬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되어 가는 것 같은데 그런 생각에서 색다른 시도는 분명 좋은 경험이 되실거라 생각이 듭니다. 화이팅이요~

답글 이등병
뒤집기교주
뒤집기교주닉네임으로 검색
26.01.22 11:40

저도 처음에는 완전 저소음을 원해서 고무 O 링까지 사서 스위치에 끼우고 해봤는데 나중에는 점점 소리가 있는게 좋아지더라구요. 동의합니다 점점 혼자서 많은걸 처리 할 수 있어야 유리한 시대가 되어 가는 것 같아요. 친절한 댓글 감사합니다 :)

일병
해군참모총장
해군참모총장닉네임으로 검색
26.01.22 11:42

텐키 리스 선호 완전 선호 ㅋㅋㅋ
그리고 요즘엔 그냥 키보드로도 드럼도치고 악기도 다 하던데 ㅋㅋㅋ 멋져보이던데

답글 이등병
뒤집기교주
뒤집기교주닉네임으로 검색
26.01.22 11:44

저도 TKL 이 딱인 것 같아요, 더 작으면 가끔 F 열이 없어서 불편 하더라구요

이등병
플러메 26.01.22 13:14

정성이 담긴 글은 무조건 추천입니다.

답글 이등병
뒤집기교주
뒤집기교주닉네임으로 검색
26.01.22 15:57

정말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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